“자사고 전환 2년, 성공적이었습니다.”

2010년 자율형 사립고로 지정되면서 2011학년도부터 일반고에서 자사고로 바뀐 서울 도봉구 쌍문동 선덕고등학교의 구본량 교장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다.

구 교장은 지난해 교감을 거쳐 올해 3월 교장으로 승진, 학교를 이끌고 있다. 그 누구보다 제자들의 학력 수준에 이해가 깊고, 학력 향상에 애정이 크다.

지난해 입시조사회사 하늘교육이 선덕고 졸업생의 2011학년도 수능 결과와 자사고 전환 뒤 입학한 1학년생들의 2011년 6월 평가원 모의고사 결과를 비교한 결과, 언어영역 1등급 비율이 졸업생은 2.5%인 반면, 1학년생은 9.8%로 7.3배 상승했다. 2등급은 졸업생 6.7%에서 1학년 31.0%로 24.3배나 올랐다. 수리 영역 1등급 비율은 졸업생 2.7%에서 1학년생 9.1%로 6.4배, 2등급은 졸업생 8.9%에서 1학년생 31.2%로 22.3배 치솟았다. 외국어 영역 1등급은 졸업생 2.2%에서 1학년생 12.9%로 10.7배, 2등급은 졸업생 10.3%에서 1학년생 34.1%로 23.8배로 상승했다. 3개 영역 평균은 1등급이 졸업생 2.5%에서 1학년생 10.6%로, 2등급이 졸업생 8.6%에서 1학년생 32.1%로 무려 23.5배나 올랐다. 자사고 전환 이후 입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월등히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학력 신장에는 자사고 전환 이후 명문대 입학을 노리는 중학교 상위권 학생들이 대거 진학한 것이 크게 기여했다. 그 많은 자사고 중에서 공부 잘하는 중학생들이 왜 이 학교에 몰린 것일까. 일반고 시절부터 선덕고는 입시 명문이었다. 이러한 밑바탕이 있기에 가능했다.

선덕고는 일반고로 입학한 학생들이 치른 2011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SKY 대학’ 진학률 5.8%를 기록하며 서울지역 일반고 중 17위에 랭크됐다. 도봉구와 강북구, 노원구를 통틀어 강북 최고의 입시 성과율을 자랑했다. 2009년 6월16일에도 선덕고는 SKY대 진학률에서 서울시 전체 6위, 강북 1위의 성과를 거뒀다.

서울 강남의 입시명문고들을 누르고 강북 소재 고교 중 독보적인 입시 명문고로 군림하던 이 학교가 자사고가 되자 학생들이 더욱 몰린 것이다.

좀 더 깊이 살펴보면 그 뿐 아니다. 성적 향상을 위한 학교측의 다양한 노력과 풍부한 지원을 간과할 수 없다. “자사고가 되면서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해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됐습니다.”

실제로 선덕고는 수요일을 제외한 매일 밤 11시까지 자기주도학습을 한다. 교사들이 1교실씩 관리하고, 학습 멘토를 운영하며, 학습 스케줄러를 실시하는 등 학생들을 돕는다.

국어, 영어, 수학의 경우 학년별 문이과 총 12개반을 18개로 나눠 수준별 수업을 하고 있다. 수업은 선생님들과 외부 강사들이 나눠서 맡는다. 학력이 우수한 학생들을 우수한 학생들끼리 모으니 서로 선의의 경쟁과 시너지 효과를 통해 학력이 더욱 향상될 수 있고, 뒤떨어지는 학생들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갈 수 있어 학력이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으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선덕고 재학생 중 이공계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수학 학습 단위수는 46단위에 이른다.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비해 약 30% 정도 높은 수치다. 또 주 2~3회에 걸쳐 각 90분 동안 수학·과학 영재반을 운영하며 야간 수업시 물리, 화학, 생물 교사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실험과 교과 학습이 이뤄진다. 또 경시대회 대비, 수리논술 및 과학논술에 대비한 심도 있는 교육을 한다. 왜 이처럼 이공계 지망생들을 전폭적인 지원하는 것일까.

“인문계 지망생의 경우 자사고와 외국어고를 골라갈 수 있으나 이공계 지망생은 과학고가 워낙 소수라 자사고를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입학한 이과 지망생들의 학력 향상을 위해 수학에 중점을 두는 것은 당연합니다.”

선덕고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제외하고도 월례고사를 연간 4회나 실시하고 있다. 거의 매월 한 번씩 시험을 치르는 셈이다. 월례고사의 형식과 내용은 수학능력시험과 학력고사를 기준으로 한다. 학생들은 이 시험을 보며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학습동기를 일으키게 된다.

또 담임교사 중심의 철저한 자율학습, 수시에 대비한 다양한 동아리 활동, 토요 프로그램 등을 시행한다. 학교 차원에서 대학입시연구회, 진학지도 교사 워크숍, 최근 입시자료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수시 전형 대비반(논술·구술) 운영, 입학사정관제 대응 교육과정 특성화와 약점보완시스템 구축, 피드백 확인 등도 시행 중이다.

교사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가르치는 것이 좋아서, 제자가 잘되는 것이 기뻐서 자청해서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만큼 제자들이 잘 배우고, 학력도 증진되니 힘든 것 모르고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학급회의도 여는 등 면학 분위기 증진을 위한 노력들로 화답하고 있어 더욱 보람을 느끼며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업에 집중하다 보면 학생들이 입시 스트레스에 힘겨워하지는 않을까. 인성 형성의 가장 중요한 청소년기가 너무 삭막하지는 않을는지….

구 교장은 “우리 선덕고는 지, 덕, 체를 모두 갖춘 글로벌 리더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의 바른 심성과 건강한 체력, 빛나는 재능을 계발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고 답했다.

바쁜 학업 속에서도 이 학교 학생들은 선덕리그 축구 왕중왕전, 전교생 태권도 수련활동, 다양한 동아리 활동, 각종 문화예술 체험활동 등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의 봉사활동을 통해 따뜻한 마음도 함께 키운다.

“놀라운 것은 일반고 시절에는 학생들에게 동아리를 만들라고 장려를 해도 그 누구도 만들지 않았는데 자사고 전환 이후에는 학생들 스스로 각종 동아리를 만들어 학교측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학생들이 학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아를 형성하고 인성을 키우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입학사정관제 등 달라진 대입이 학생들에게 무조건적인 공부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만큼 학생들의 적극적인 동아리 활동은 정말 바람직하다고 보며 학교로서도 전폭적으로 지원할 방침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선덕고이지만 자칫 ‘그들만의 학교’가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자사고의 등록금이 비싸기 때문이다. 과외, 학원 등 사교육 부담 없이 학교 안에서 모든 공부를 할 수 있어 오히려 저렴하다고도 하지만 돈 없는 집안의 자녀들에게는 왠지 문턱이 높을 것 같다.

구 교장은 “우리 학교도 자사고인 만큼 등록금이 일반고의 2.5배”라면서도 “다양하고 풍부한 장학제도와 사회적 배려 대상자에 대한 지원책으로 공부에 뜻이 있다면 얼마든지 문은 열려 있습니다. 1년간 지원되는 장학금이 3억원이나 됩니다”고 밝혔다.

경제적 약자를 위해 다양한 장학금이 준비돼 있다. 등록금뿐 아니라 방과 후 수업비, 석식비, 스쿨버스비 등을 지원한다.

중학교 내신 50% 이내의 경제적, 사회적 배려 대상자 학생은 누구나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 생활을 한다.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여럿이다. 오케스트라반 수업시 무료로 악기를 제공하고 대학 전문강사의 레슨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또 문화바우처 프로그램에서는 학기별 1회 이상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음악회나 연극을 감상하도록 경비를 지원해 준다. 해외문화 체험활동, 독서토론 논술캠프, 개별 진학컨설팅 등의 프로그램에도 무료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여부는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과 극소수만 알 정도로 사생활을 철저히 보호해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사회적 배려대상자라고 해도 결코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함께 어우러져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8일 2013학년도 대입 수학능력 시험은 일반고로 입학한 선덕고 학생들의 마지막 시험이었다. 자사고로 입학한 학생들은 2014학년도 수능시험이 첫 관문이 된다.

구 교장은 “재단과 학교가 학생들과 선생님들에게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뜻이 있으면 길은 얼마든지 열 수 있습니다. 학생이 그 길을 여는 것이 힘들면 선생님들이 도울 것이고, 선생님도 힘에 부치면 학교와 재단이 나설 것입니다. 2014년도 입시에서 자사고 전환 후 첫 3학년 수험생들이 어떤 성과를 올릴지 기대해주십시오. 저는 벌써부터 자신하고 있습니다.”

선덕고는 20~23일 4일간 2013학년도 신입생 입학원서를 접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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