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한 가운데 오바마 2기 정부가 우리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일 무협과 코트라와 경제전문가 및 산업계에 따르면 오바마 2기 행정부는 새로운 정책 추진보다는 제조업 부흥과 에너지 자립, 중소기업지원 확대 등 정책시행을 공약한 당면과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산층 지원을 통해 경제 전체의 수요를 진작시키는 '상향식'(Bottom-up) 경제철학은 견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각 산업별 파장은 아직 구체화하지 않고 있지만, 기업들 역시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으로 한미 FTA를 비롯해 통상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협정으로는 다자간 포괄적 자유무역협정인 TPP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되고, 당분간 주요 통상 아젠다를 추진하기 보다 가장 시급한 정책 현안인 재정절벽(fiscal cliff) 위기 해소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산업별 정책 방향으로 자동차의 경우 지난 1기 행정부에서 중산층 지원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자동차 빅3에 대규모 구제 금융을 지원한 바 있다. 향후 국내산업 육성을 위한 해외 생산기지 건설 규제정책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분야는 국내 제조업 및 주택시장 부양을 위한 정부의 자본재 구매 세제혜택이 지속되며,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외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조사 및 규제 또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IT분야에서는 R&D 사업에 대한 세금혜택을 유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어 관련 산업의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규제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TPP 회원국들 대다수와의 FTA가 체결·발효된 상태로, TPP 협상 내용 중 회원국에게는 '미국제품의 무조달규정'의 적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우리기업의 미국 정부조달시장 진출 확대에 유리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과 에너지효율성 증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경우 국내 연관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무협 국제무역연구원 홍지상 수석연구원은 "오바마 정부의 정책적 연속성을 고려할 때 우리 수출에 대한 불확실성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내년 초 재정절벽 대응결과가 관건"이라며 "우리정부와 수출유관기관은 미국 대선 이후 한-미간의 중장기적인 외교·통상 협력을 강화하고, 신재생·대체에너지 등 새로운 대미 수출유망시장에 대한 수출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주요 산업별 정책 방향 및 전망.

◇자동차·부품 "자유무역 확대로 이득"

지난 1기 행정부에서 중산층 지원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자동차 빅3에 대규모 구제 금융을 지원한 바 있으며, 향후 국내산업 육성을 위한 해외 생산기지 건설 규제정책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석유소비 절감을 위해 2025년까지 자동차 연비효율을 2배 향상시키고,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는 공화당의 롬니가 아닌 민주당의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 것이 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공화당의 보호무역에 반해 민주당은 자유무역 기조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오바마의 민주당은 자유무역이 기조다. 수출에 상당히 기대고 있는 자동차 업계에서는 오바마가 호의적이다. 그래서 FTA도 타결된 것이다"며 "여러 가지 면에서 민주당이 한국 자동차 업계 입장에서 이득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철강·조선 "이미 무관세‥대선 영향 미미"

국내 제조업 및 주택시장 부양을 위한 정부의 자본재 구매 세제혜택이 지속됨에 따라 향후 철강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중국 등 아시아산 철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 및 제소는 꾸준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업계는 정책적 부분에서 기본적으로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 주도권이 아시아 지역에 와 있는데다 대미 수출 물량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은 2004년 이후 관세 장벽이 없어 대선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는 것.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요 중심으로 대응을 많이 하고 있다. 철강 업계 전반이 70% 가까이 내수에서 소비된다"며 "기본적으로 철강시장 주도권은 아시아에 있다. 대미수출도 미미한 편인데다 철강은 관세장벽이 전혀 없다. 한미 FTA때도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역시 미 대선의 영향권 밖이라 파장이 거의 없다. 세계 빅3 조선사를 모두 보유한 우리로서는 대선의 향배에 촉각을 세울 수 밖에 없지만, 조선의 경우 주요 선사들이 유럽 쪽에 포진해 있어 관련이 적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은 주로 유럽 쪽 소비가 대부분이다. 해양플랜트 쪽으로 넘어가고 있지만 이 역시 유럽 쪽이다"며 "공해상에서 배를 인도하는 조선의 경우 원래 무관세이기도 하다. 미 대선에 따른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IT 관련 산업 "영향 적어"

지난 1기 행정부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신생기업구상'(Startup America Initiative)을 통해 과학·기술 분야의 해외인력에 대한 비자발급을 지원하고, 신규 창업기업에 대한 세금 및 금융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지난 4월, 중소기업과 신생벤처기업들의 투자자금 유치에 대한 규제 완화와 크라우드 펀딩 확대를 위한 '잡스법'(JOBS Act)을 제정한 바 있으며, 향후 R&D 사업에 대한 세금혜택을 유지하고 GDP의 3%를 투자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또 '발명법'(The America Invents Act) 제정을 통해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 바 있어, 향후 중국을 포함한 국가들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현재 오바마 정부 CTO(Chief Technology Officer)인 토드 박(Todd Park)은 향후 연방정부 차원에서 의료, 에너지, 보험 등 다양한 산업에 대한 기술개발 및 지원을 확대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어 향후 IT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오마바 대통령이 전자업계와 관련해 크게 언급한 정책이 없어 수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부품 쪽에서도 오마바 재선으로 인해 특별히 어떤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백종석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전자 쪽에서는 오마바 대통령이 크게 언급한 정책이 없어 수출에 있어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부품 쪽에서도 특별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환율 이외에 특별히 영향을 미칠 것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나 국내 업체들이 모바일, TV 등에서 오바마 정권 시절에 선제적 대응을 잘했다. 오마바 재선으로 정책기조 다를게 없고 기존 삼성전자 중심의 세트 사업 강화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계류 "제조업 활성화 도움"

오바마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국내제조공제법안(Domestic Production Deduction)에 의한 세금공제율이 현행 10.7%보다 상향조정되고, 고급기술 관련 제조업체의 경우 최고 18%까지 공제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제조업이 활성화돼 기계류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국내 부동산시장 여파 적어"

부동산 시장 역시 오바마의 대선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것이고, 미 대선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미국 대선이 국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다. 기존 정책들의 연장선이라는 측면에서 저금리기조로 갈 것이고, 주택시장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공화당 부자감세론이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당이라 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양지역 리얼투데이 팀장은 "국내 부동산 시장 침체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시작됐다. 대선 영향으로 유럽발 재정위기를 안정화 될 수 있다는 기대감 정도다"며 "국내 대선의 경우도 부동산 시장이 과거와 판이하게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규제완화 정책이 나온다고 해서 시장이 크게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 은 "미국 대선으로 인해 국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끼칠 변수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경제가 미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임을 감안하면 방향이 틀어지지 않은 만큼 안정세가 더해질 것이다"고 밝혔다.

◇섬유‥불공정 행위 제제 강화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섬유제조업체 및 유관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중국 및 섬유수입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캠페인 시절, 중국의 환율 조작 및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할 것임을 밝힌 바 있으며, 중국 및 기타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을 대상으로 통상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생 및 화석에너지‥"지원 계속될 듯"

향후 2035년까지 총 생산전력의 80%를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어, 향후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지원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자동차 연비 기준 강화 등 화석에너지 산업에 대한 제재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발전비용이 저렴한 셰일가스를 대체에너지원으로 적극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 "건보 확대, 관련산업 활성화"

지난 1기 행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한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을 2014년까지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므로, 향후 약 3200만 명의 비보험자들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의료기기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제약 산업의 경우 대형 제약사들에 대한 정부의 가격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돼 해외 제약업체들의 진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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