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자랐다. 소년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온종일 잠자리를 잡으러 들판을 쏘다녔던 일, 옆집 할머니께 토마토를 얻어먹었던 일, 가족들과 뒷산에 올라가 도시락을 까먹었던 일들이 생각난다.도시로 이사한 것은 21살 때의 일이다. 나는 인파로 북적이는 거리를 바라보며 이따금씩 생각에 잠기곤 했다. 도시에서의 삶에 대해, 도시에서의 죽음에 대해. 도시의 탁월함과 취약함에 대해. 일단 ‘도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소음, 매연, 미세먼지다. 그 다음으로는 파편화되어가는 공동체가 생각난다. 얼마 전 촌구석으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Φύσει μέν ἐστιν ἄνθρωπος ζῷον πολιτικόν.” 흔히 이 문장은 이렇게 번역되곤 한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그런데 이는 틀렸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작 의미했던 바는
21살이 되는 해 처음 말러를 만났다. 그의 교향곡 1번은 나의 심장을 쥐고 흔들어 댔다. 지휘봉에서 출발한 음표들이 화살처럼 날아와 척수에 박혔다. 쉼 없이 흐르는 곡조는 나에게 물었다. 어디까지 흔들릴 수 있냐고. 그 흔들림에서 새로운 길, 너만의 길을 찾을 수 있냐고. 그 길을 걸어갈 수 있겠냐고….한밤중에 브루노 발터가 쓴 『구스타프 말러』를 펼쳤다. 20세기 최고의 지휘자 중 하나인 발터는 말러의 오랜 친구이자 제자였다. 발터의 눈으로 본 말러가 궁금해졌다. 가까이서 만난 그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는 자기
기원전 480년, 여름이 저물어가던 9월의 어느 날. 에게 해 남단의 어느 조그만 섬 앞바다에서 인류 역사를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극적인 결과. 아테네를 필두로 한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크세르크세스의 페르시아 대군에 맞서 승리한 전투. 바로 살라미스 해전 이야기다.십 년 전으로 시계추를 되돌려보자. 기원전 490년, 크세르크세스의 아버지 다리우스 대왕이 2만여 명의 대군을 이끌고 아테네를 침공했다. 다급한 아테네인들은 이웃국가 스파르타에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뜨뜻미지근한 반응 뿐. 결국 2배에